집중력 : 인지를 고려한 디자인과 디자인 윤리 No.149

약 2년 만에 출간 소식을 전달드립니다. MSV 7호<집중력>이 인쇄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접근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MSV 시리즈 제작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최근 두 달간 책에만 매진할 수 있는 여력이 되어 <집중력>, <뮤지엄>을 거의 동시에 출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SV 8호<뮤지엄>도 편집을 마쳤고, 곧 인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8호<뮤지엄>까지 8권의 MSV 시리즈가 완성되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낸다는 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저희가 여러 프로젝트들을 하지만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은 MSV인 것 같습니다. 제작 기간도 길뿐더러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과 에디팅하는 긴 시간 때문에 ‘대체 이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20년부터 준비하여 2021년에 출간한 1호<이동>의 발행인의 글에서 제가 한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사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을 때 MSV를 기획했고, 첫 주제로 <이동>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일단 이것이구나’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만들어온지가 6년이 지났습니다. 책 자체로 금전적 이득은 되지 않지만 책을 통해 매 호마다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달하면서 한국 사회에 작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나름대로 발굴하고 소개했던 디자이너의 설치물을 마주하기도 했고, 우리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전시 구성을 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가 꾸준히 다뤄온 주제와 닮은 방식으로 접근성을 이야기하는 매거진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생태계가 확장되고 더 많은 사람이 접근성과 포용적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의 한 인터뷰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 기업의 책임이 사용자에게 전가되었다고요. 집중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탓이고, 집중력 부족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여긴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용자를 오래 머물게 만드는 서비스 설계 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중을 빼앗는 서비스 구조의 결과를 사용자의 의지 부족으로만 돌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사실 이번 책의 주제를 ‘인지Cognition’로 할지 ‘집중력Focus’으로 할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인지는 더 넓은 개념이고, 디자인으로 다룰 수 있는 영역도 풍부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주제를 집중력으로 정한 이유는 앞서 말한 디자이너의 윤리적 책임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번 책에서 인지 영역의 디자인 역할과 방향성도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일상에서 어떤 제약을 겪는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지 들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파트 ‘신경학적 요인과 집중력’은 신경학적 요인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진 이들이 안고 있는 제약과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자신들만의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정보를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방법, 색과 구조로 구분하는 방식, 예측 가능한 흐름과 사용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왜 필요한지 살펴봅니다. 

두 번째 파트 ‘심리적 회복과 집중력’은 불안, 공황, 트라우마가 집중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공유합니다. 공황이 찾아오면 지금 해야 할 일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강압적으로 보이는 안내가 다시 긴장을 불러올 수 있죠. 이때 필요한 것은 사용자가 다시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디자인은 사용자의 집중을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취약한 순간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순간을 파고들어 사용자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파트 ‘디자인 딜레마와 책임’에서는 이런 문제를 바탕으로 윤리적 디자인에 대해 다룹니다. 

<집중력> 호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여러 제약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사용자의 집중을 빼앗지 않는 디자인, 책임감 있는 윤리적 디자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발행인 김병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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