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배달앱에서 음식 사진이 모두 사라진다면? No.148

배달의민족 X 미션잇 시각장애인 접근성 프로젝트

만약 배달앱에서 음식 사진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아니, 음식 사진도 안 올려놓고, 왜이래?”
그리고 그 앱을 다시 열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음식을 고를 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본다’. 메뉴 이름을 읽고,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의 후기를 훑으며 이 음식이 어떤 모양인지, 어떤 식감일지, 내 취향에 맞을지를 빠르게 판단한다. 식당 메뉴판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근사한데, 음식 설명에는 재료 몇 가지만 적혀 있을 뿐 정작 어떤 음식인지 선뜻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직원에게 묻거나, 재빨리 블로그나 후기를 검색해 사진을 찾아본다. 낯선 메뉴가 내 취향에 맞을지, 먹어볼 만한 음식인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비장애인일 것이고, 지금도 눈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시각은 가장 익숙하고 빠른 정보의 통로다. 음식 사진 한 장을 보고 메뉴를 판단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은 어떨까. 음식 사진을 볼 수 없다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알고 주문할까? “짜장면이나 치킨 같은 익숙한 메뉴를 시키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배달을 시킬 때 우리는 정말 아무 짜장면이나, 아무 치킨이나 고르지는 않는다. 짜장면에도 차이가 있고, 치킨에도 브랜드와 조리 방식, 양념과 맛의 선택지가 있다. 누군가는 바삭한 후라이드를 원하고, 누군가는 덜 매운 양념을 고른다. 배달앱에서 우리가 누리는 선택은 단지 ‘먹을 것’의 선택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싶은 방식’의 선택이다. 


먹을 수 있는 걸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을 먹는 삶

“일단 제가 먹고 싶은 걸 먹는다는 게 제일 중요하죠. 먹을 수 있는 걸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 걸 주체적으로 찾아서 시켜 먹는 거니까요. 시각장애가 생기고 나서는 밖에 나가서 다 같이 중국집에 가더라도 물어보기 어려우니까 그냥 ‘짜장, 짬뽕, 볶음밥이 있겠지’ 하고 대충 시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앱에서는 제가 원하는 맵기 단계, 넣고 싶은 재료, 빼고 싶은 재료, 뜨겁게 할지 덜 뜨겁게 할지까지 다 조정해서 먹을 수 있잖아요. 제가 원하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인 것 같아요.” 

– 강유경, 전맹시각장애인

(직접 시켜먹지 못하면)조금 우울하죠. 저는 이거 먹고 싶지 않은데 선택지에 제가 원하는 게 없어서 다수 의견을 따라갈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오늘 저녁에 치킨이 먹고 싶으면 바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으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서민희, 저시력시각장애인

“신규 매장이 생겼다고 해도 그 매장과 관계 형성이 안 되어 있으면 시각장애인은 직접 가기가 꺼려져요. 데스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메뉴가 뭔지도 모르고, 들어가서 주인을 찾고 헤매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배달 앱은 그런 게 없잖아요. 내가 주문한 대로 와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도 만족감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 유현서, 전맹시각장애인

내가 가끔 전맹 시각장애인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저도 같은 걸로 할게요.”
그분은 내가 시킨 메뉴와 같은 것을 주문하거나,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처럼 어디서나 익숙한 메뉴를 고른다. 실제 이번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시각장애인들은 지인들과 식당에 가면 ‘먹을 수 있는 것’을 따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비장애인 동행인이 있다면 먼저 메뉴를 하나씩 설명해주지만, 메뉴가 다섯 가지를 넘어가면 그것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비교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계속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럽다. 결국 가장 무난한 선택, 혹은 다른 사람이 고른 선택으로 기울게 된다. 선택의 폭이 처음부터 넓지 않은 셈이다.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 것과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다른 사람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대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경험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말 그대로 선택의 권리다. 배달앱은 그런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가능성을 만든다. 메뉴명을 천천히 듣고, 양이나 소스, 맵기 같은 옵션을 스스로 조절하며, 원하는 조건에 맞춰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식은 달라진다.

이동의 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기 위해 처음 가는 매장을 찾아가고, 낯선 공간의 구조를 파악해 자리에 앉고, 메뉴를 주문하고, 계산까지 마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복잡한 경험일 수 있다. 그래서 배달을 통해 원하는 음식을 집 앞에서 받아보는 경험은 이동의 제약을 크게 줄여준다. 

이는 시각장애인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비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이동의 부담을 덜고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만약 배민앱에서 음식 사진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시각장애인들은 배달앱에서 음식을 어떻게 주문해왔을까? 지금까지는 음식 이름을 듣거나, 간단한 설명과 리뷰를 참고해 비교적 익숙한 메뉴를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음식에 선뜻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마라탕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이 호기심에 주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음식이 어떤 모양인지, 어떤 재료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배달의 민족에서 새롭게 테스트를 한 기능은 각 메뉴의 음식 사진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기능이다. 이미지 대체텍스트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보이스오버나, 톡백 등을 통해 사진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에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이다. 배민에서 테스트한 기능은 듣는 맛을 좀 더 살렸다. 

“먹음직스러운 반반피자입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도우위에는 두가지 맛의 토핑이 빈틈없이 올라가 있습니다. 한쪽에는 붉은 페퍼로니가 빼곡히 자리하며 진한육즙을 머금은듯 윤기가 흐르고 다른 한쪽에는 노란 옥수수콘과 함께 다진고기 길게썰린 햄 그리고 밝은 주황빛 소스가 풍성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 피자 설명 중 

“고소한 오일 코팅의 윤기 흐르는 면 위로 통통한 새우들이 넉넉하게 자리 잡은 알리오 올리오입니다. 황금빛 면발 사이 사이로 다진 마늘과 초록빛 채소 조각들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색감을 더해줍니다. 팥을 볶아낸 듯 신선함이 느껴지는 새우와 면의 조화는 군침을 돌게 합니다.”
– 파스타 설명 중 

그동안 많은 앱에서는 사진을 그냥 “이미지”라고만 읽어주거나, 혹은 버튼을 그냥 “버튼”이라고만 읽어주는 경우가 빈번했다. 어떤 이미지인지, 어떤 버튼인지 알 수 없다면 사용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주문을 이어가기도, 선택을 비교하기도 힘들다. 음식 사진을 대체텍스트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와이안 피자가 있다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파인애플 정도만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 햄이 들어가는지, 다른 토핑이 뭔지까지는 사진을 보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모르기도 합니다. 어떤 매장은 상세 설명을 써두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이런 부분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정보 불균형이었던 거죠. 그런데 이미지 설명이 가능해지면 그런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소비자로서 선택권도 더 보장받을 수 있고요.” – 한승진, 저시력시각장애인

안 보이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설명을 해주면 들으면서 상상할 수 있잖아요. 보이는 사람은 사진만 보고 바로 넘길 수 있지만, 저희는 그게 안 되니까요. 읽어주는 건 굉장히 필요한 기능이죠. 접근성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눈으로 못 봐도 들으면서 상상하며 주문할 수 있으니까, 시각장애인한테는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 백선순, 저시력시각장애인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음식 정보는 몰라도 되는걸까? 같은 앱을 사용하면서도 누군가는 음식의 모양과 재료, 옵션까지 충분히 알고 고르는데, 누군가는 메뉴 이름만 들은 채 주문해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불균형이다.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누군가는 서비스의 A, B, C, D, E까지 이용할 수 있고, 누군가는 A만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에어컨을 사용하면서도 리모컨에 어떤 버튼이 있는지 알 수 없어 전원만 켰다 끄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면, 예약 기능이나 송풍 기능, 공기청정 기능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값을 내고도 누군가는 기능 전체를 쓰고, 누군가는 일부만 쓴다면 그 소비자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줄이는 일이다. 사람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눈으로 보고,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촉각이나 보조기술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려하고, 실제로 그 방식이 필요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일은 개발사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그런 필요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처럼 이미지만 읽어주는 방식보다 음식 사진을 대체 텍스트로 설명해 주는 방식이 음식 선택에 더 도움이 되는지, 혹은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 30명의 평균은 5점 만점에 4.5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응답자들이 해당 기능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매우 높게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응답자 유형별로는 전맹시각장애인 그룹의 평균이 4.6점, 저시력시각장애인 그룹의 평균이 4.4점으로 모두 높은 수준의 긍정 응답을 보였으며, 특히 전맹시각장애인 그룹에서 필요 인식이 다소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두 그룹 간 차이는 0.2점으로 크지 않아, 전반적으로 시각장애인 이용자 전반에서 해당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의 경우 정보는 그냥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원이거나, 미각을 돋우게 만드는 차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음식 내용물에 대한 정보가 필수다.   

“재료는 못 먹는 게 있을 수 있거든요.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재료도 있으니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맛도 마찬가지예요.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도 꽤 많으니까요.”
– 곽현용, 저시력 시각장애인


한계와 가능성

물론 이번에 테스트한 기능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AI를 계속 학습시키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 사진 설명이 “흰살생선 초밥을 제공합니다”라는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이 광어 초밥인지 도미 초밥인지까지 알수 없지 않는가? 설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라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인지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의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직접 만들고, 실제 사용자와 함께 테스트했다는 점은 의미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디자인이다. 함께 만들고, 함께 검토하고, 함께 수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당사자와 더 많은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이 나온다. 완벽한 접근성은 없다. 다만 지속적인 접근성이 있을 뿐이다. 계속해서 듣고 반영하고, 개선해 나가는 피드백 루프를 지켜나갈 때 비로소 모두에게 의미있는 앱이 만들어진다. 

글, 사진 I 김병수 미션잇 대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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