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누구에게나 전달되어야 합니다

임서희
데프누리 대표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제공 미션잇 편집부


농인 임서희 대표는, 2020년부터 ‘데프누리’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에게는 한국어 문법체계가 낯설기 때문에, 명확하고 쉽게 작성된 글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의 첫 시작은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 내용을 쉬운 언어로 번역하는 활동이었다. 이후 활동을 확장하여 정보 접근권과 연관한 다양한 배리어 프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미션잇

평소에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농학교는 언어 치료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인들은 독서에 취미가 없어요. 저는 목표가 대학 입학이었거든요. 농학교 졸업 후 수어로 교육하는 교육기관인 ‘소보사(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라는 대안학교에서 수험생활을 했어요. 이곳에서 재수, 삼수를 하며 책을 읽는 기술들을 배웠죠. 그때 전문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워서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학에 입학하면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대학 입학 전에 논문 작성하는 방법, 그리고 논문을 검색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을 자주 방문했고요.

도서관 이용 경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여쭤보고 싶은데요. 도서관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나 제약을 겪으셨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낮은 사람을 만나면 힘들어요. 저희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요. 코로나 기간에 대출증 발급을 위해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도록 사서분께 마스크를 벗고 말씀해달라고 요청을 드렸죠.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입 모양을 충분히 읽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농인인 저에게 이렇게 계속해서 구화를 강요하시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불편하죠. 그리고 처음 국립중앙도서관을 이용했을 땐 도서를 예약하고 대출할 때의 휴대폰 알림 메시지가 따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데스크 앞에서 계속 눈치를 봐야 했어요. 요즘에는 이런 것들이 알림으로 전광판에 뜨기 때문에 볼 수 있게 됐지만, 많은 도서관에는 여전히 그런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을 종종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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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운영하며 이용자를 만나는 분들에게 농인들에 대한 에티켓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세요.
농인은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눈치가 무척 빠릅니다. 센스가 있죠. 그래서 상대방이 나를 시혜적인 대상으로 불쌍히 보는지 아니면 인간 대 인간으로 보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동을 느끼고 무언가 물건이 떨어진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청인 직원이 와서 “못 듣는다는데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너무 당황스러웠죠. “농인도 진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어머, 몰랐네.” 이러면서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거예요. 농인을 무조건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서 벌어지는 사례인 거죠. 또 농인을 부를 때 너무 세게 등을 치면 안 되거든요. 불편하더라도 농인이 볼 수 있는 시선 앞에서 얼굴을 내민다든지, 주위를 끄는 손짓으로 농인을 불러주시는 것이 에티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인이 끝까지 보지 않는다면 손을 내밀어서 시선을 끌면 좋습니다.

정보 접근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는데요. 도서관의 정보 접근성을 위해 꼭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을까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잘 되어 있다면 장애인의 입장에서 ‘내가 장애인이다’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입구부터 계단을 맞닥뜨린다면 벌써 거부당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겠죠. 그것은 곧 차별로 이어지고 감정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에서 장애인 맞춤 서비스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도서관에 수어 대체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적절한 안내라든지 책에 대한 시각적인 자료가 없다면, 농인의 입장에선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그 순간 ‘과연 이곳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처음 맞닥뜨리는 순간이 중요하겠네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에서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는 것에 대한 민감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농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유엔의 장애인 권리협약(CRPD,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도 내용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참여를 강조하잖아요.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았을 때 과연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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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에서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는 것에 대한 민감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농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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