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변화가 일어나는 공간
라이브러리 피치 함의영 장여경
특수교사 박경순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제공 라이브러리 피치
그저 선언적인 ‘모두’가 아닌 진정한 ‘모두’를 위한 도서관. 라이브러리 피치는 느린학습자들을 포함해 누구나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발달장애인과 경계선 지능인들이 배제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느린학습자들이 자신의 속도로 배워가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라이브러리 피치(이하 ‘라피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함의영 ┃ 라이브러리 피치는 느린학습자를 위한 맞춤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피치마켓과 도서문화재단씨앗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느린학습자를 포함하여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만들었어요. 느린학습자들이 배제되지 않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환대받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에요.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실 도서관은 원래 모두를 위한 공간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도서관이나 그 공간의 기득권층이 생기면서 느린학습자들은 눈치를 보게 되고 ‘나 같은 사람은 가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돼요. 도서관에서는 느린학습자들이 배제돼왔어요. 그래서 저희가 말하는 ‘모두를 위한 도서관’의 ‘모두’는 선언적 의미에서의 ‘모두’가 아니고 ‘진짜 모두’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선언적 의미의 ‘모두’가 아니라 ‘진짜 모두’라는 말씀이 인상 깊은데요.
함의영 ┃ 느린학습자, 발달장애인과 경계선 지능인 분들 중에는 도서관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세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마저 같이 가기에는 눈치를 보게 되는 요소들이 많고요. 실제로 저희도 도서관에서 교육 활동을 하다가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시끄러운 도서관’이라는 걸 먼저 만들었고, 그걸 서울시에 제안해서 7개 공공도서관에 설립을 하게 됐어요. 저희는 세상에 없던 공간을 만들었다고 뿌듯해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지속가능성에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어요. 각 도서관에서 계속해서 느린학습자들의 특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하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회의감과 좌절감도 느꼈고 반성도 했어요.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저희가 발견한 또 하나의 부분은, 느린학습자들만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만들어져 사회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통합의 공간이 되어야 하고 느린학습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습관이 있어야겠더라고요. 결국 그 변화를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특수교사였어요. 그래서 선생님들께서 모이고 무언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공간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라이브러리 피치를 도서문화재단씨앗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쉬운 글 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요. 쉬운 글이 중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경순 ┃ 글자는 읽는데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기계적으로 글을 읽고 난 후에 답을 못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자폐증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나와 타인의 경계도 구분이 잘 안 돼서 글을 읽고 나서 질문을 하면 자기 기분을 이야기한다거나 글 속의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을 못 찾곤 해요. 웅덩이라고 읽기는 하는데 웅덩이를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수업을 할 때 웅덩이가 나오면 웅덩이를 진짜 만들어서 아이들이 거기에 발도 풍덩 담가보게 하고, 물이 넘친다는 표현이 나오면 실제로 컵에 물을 부어서 철철 넘치는 것을 보여주고 그래요. 그러니까 글자는 읽지만 의미 파악을 하지 못하면 그건 글을 읽는다고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읽기 능력에 차이가 있는 거죠.
장여경 ┃ 저는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게 쉬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이 있어야 내 이야기를 꺼내고 내 생각을 꺼내서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희가 라피치 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느린학습자들이 다 모여서 관용어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속이 타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때 한 초등학생 참여자가 “3학년이 되어서 교과서가 너무 많아져서 속이 타요.”라고 표현을 하니 저쪽에서 성인 참여자들이 “그렇지. 그럴 때 속이 탈 수 있지.”라고 하면서 공감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는 이렇게 다 같이 소통하게 하고 관계를 맺게 하는 게 쉬운 글이 하는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통하며 내 이야기를 꺼내고 내가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거요.
함의영 ┃ 글을 통한 정보 습득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쉬운 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은 너무나 직관적으로 들려오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할 필요가 없잖아요. 느린학습자들도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책이 가진 이점을 갖기 위해 쉬운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이 너무 가난해서 빵 살 돈이 없는 내용을 담은 러시아 문학을 쉬운 글로 썼어요. 그랬더니 느린학습자 아이가 이 이야기를 듣고 “가난한데 왜 빵을 먹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돈을 쓰지 않고 밥을 먹으면 되는데 왜 빵을 사냐고요. 느린학습자들은 직접 경험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밥은 집에 가면 공짜로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만약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줬다면 “그렇구나.” 하면서 봤을 거예요. 왜냐하면 영상을 통해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강약이라는 게 생기고 포인트가 의도한 것을 따라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글이라는 것은 활자만 있기 때문에 스스로 파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이게 생각의 연습인 것 같아요. 느린학습자 친구들도 이제는 글을 읽으면서 질문거리가 생기고, 저랑 30분 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어요. 글을 통해 충분히 생각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말하는 ‘모두를 위한 도서관’의 ‘모두’는
선언적 의미에서 ‘모두’가 아니고
‘진짜 모두’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라이브러리 피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6호 <도서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