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도서관

김지우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제공 김지우


구르님의 활동을 보면 한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휠체어로 자유롭게 바다를 유영하던 수 오스틴Sue Austin05처럼 말이다. 실제로 그는 서핑 보드, 패러글라이딩 등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여러 활동들을 진행해왔다. 그런 그에게도 도서관은 여전히 심리적 장벽이 존재하는 곳이다. 침묵을 유지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동 휠체어의 기계음이나 책상에 앉기 위해 의자를 끌 때 나는 소음은 자꾸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기 위해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의 접근성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학교 도서관과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자주 가요. 동네에 있는 도서관은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장애인 화장실이 청소도구함으로 쓰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반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고요. 어린이실 같은 경우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공간이라 아예 접근이 안 되고, 종합 열람실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도서관에 잘 가지만 옛날에는 휠체어 소음 때문에 눈치가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도서관보다는 소음이 좀 더 있는 카페를 더 자주 가긴 하죠. 학교 도서관은 8층까지 있는 큰 도서관인데 2, 3층은 전화 통화도 할 수 있는 곳이고, 7, 8층은 더 정숙해야 하는 분위기의 열람실이에요. 8층 건물 중 장애인 화장실은 2층에만 있어서 2, 3층만 이용해요.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책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학교 열람실은 장애 학생 전용으로 4개 정도의 책상이 비워져 있거든요. 그런데 휠체어를 옆에 세워둘 경우, 통행에 방해가 안 되도록 옆에 공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건 되어 있지 않아요. 동네 도서관의 경우에는 아예 그런 게 없어서 휠체어를 탄 채로 의자를 빼야 하는데, 의자 뺄 때 소음도 나고 동작이 크다 보니 눈치가 보이죠. 저는 보행이 조금 되기도 하고 자세를 자주 바꿔야 해서 휠체어를 옆에 주차해 두고 의자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편이지만, 휠체어를 탄 상태로 책상을 쓰시는 분들은 의자를 빼고 앉는 걸 선호하세요. 그래서 높낮이 조절이 되는 책상이면 휠체어를 탄 상태로 책상을 올리고 들어갈 수도 있어서 좋아요. 또 지난번에 키오스크의 높이에 대한 영상도 찍었었는데 저희 학교 도서관에는 높낮이가 조절되는 키오스크가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어디 있는지를 모르니 불편한 기존 키오스크를 쓰게 돼요. 그냥 벽이나 기둥에 안내만 있어도 될 텐데 알려져 있지 않으니까 이용할 수가 없는 거죠.

ⓒ 미션잇

호주에서 유학 중에 이용했던 도서관들은 휠체어 사용자에게 편리했는지 궁금합니다.
호주의 도서관이 좋았던 점은, 아까 말씀드렸던 장애인 좌석이 어디든 다 있는 거예요. 그리고 통로가 넓은 편이어서 장애인 좌석이 아닌 자리에도 앉고 싶으면 앉을 수 있고요. 호주는 정책상 그런 건지 일반 화장실이 있는 곳에는 무조건 장애인 화장실도 옆에 있어요. 그래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 적이 없어요. 또 좋았던 점은 우리나라처럼 조용히 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제가 갔던 한 공공도서관에는 조용히 해야 하는 공간이 따로 있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대화를 해도 되고 피아노를 치거나 토론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윙윙 소리가 나는 휠체어를 탔는데도 누군가 눈치 주거나 돌아보거나 하지 않으니 좋더라고요. 비워져 있는 장애인 좌석을 보며 ‘여기는 내가 언제든 와도 괜찮고, 혹시 무언가를 부탁해도 상대방은 불쾌해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도서관을 이용할 때, 어떤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도서관에 가면 위축되는 느낌이 커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이 공부하는 곳이 됐잖아요. 튀는 행동을 했을 때 주목하는 문화가 크게 작용을 하고 있어서요. 청소년 시기에 자주 가던 공공도서관에는 5층에 열람실이 있었어요. 거긴 아예 휠체어는 접근이 안 되는 곳이어서 앞에 휠체어를 두고 친구 손을 잡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제가 발소리도 크고 걷는 것도 뒤뚱뒤뚱 걸으니까 열람실 사람들이 모두 미어캣처럼 쳐다보더라구요. 그런 게 힘들고 신경이 많이 쓰이죠. 심리적인 장벽이 없는 환경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우 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공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인가요?
일단 혼자 올 수 있는 공간이어야겠죠. 혼자 문을 열 수 있어야 하고요. 세세하게 말하자면 당기는 문보다 미는 문이나 자동문이 낫죠. 저 같은 경우엔 도서관에 5-6시간 동안 있기 위해 가는 건데 갈 때마다 엄마와 시간을 맞춰서 가야 한다면 못 가죠.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화장실 같은 시설이 뒷받침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침묵의 공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해요. 조용한 공간과 덜 조용한 공간을 두어서 어린이들도 그렇고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널찍널찍한 공간이면 좋겠어요. 걷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휠체어도 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이상적이겠죠.

ⓒ 김지우

혼자 올 수 있는 공간,
침묵하지 않아도 돼서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
걷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휠체어도 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이상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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