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포용적인 디자인
‘지속가능’이란 말은 어디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지속가능한 정책,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교육 등 분야와 쓰임새도 여러 가지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1987년 UN 브룬트란트 위원회 Brundtland Commission에서는 지속가능성을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법에서 정의한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ㆍ사회ㆍ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低下) 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국내의 정의는 경제, 사회, 환경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우리가 낭비하거나 저하시켜서는 안될 분야를 명시한 점이 특징이다. 결국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현재와 미래의 연속성에 있다. 현재가 미래를 만들어 간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 보기에 앞서 ‘도시’는 다양성의 총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도시계획론과 관련된 여러 도서들의 정의에 따르면 도시의 구성요소로 크게 세 가지, 시민 Citizen, 활동 Activity, 토지와 시설 Land&Facilities를 뽑고 있다. 여기서 활동은 주거, 교육, 생산 등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는 데, 도시는 그만큼 시민들의 활동에 많은 기회요소를 주는 곳이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기회를 찾아 지속적으로 모이게 된다. 건축사 송현정은 진정한 도시란 “도시를 이루는 시민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능한 곳”이라 언급하였다.
이렇듯 다양한 시민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개발을 위해 포용적인 디자인 Inclusive Design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함께 추진 중인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의 11번째 목표인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Sustainable Cities and Communities는포용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세부적인 개발 목표(11.2)에서 여성,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의 필요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중교통과 녹지, 공공장소 등의 접근성 확보(11.7)를 목표로 한다.

포용적인 디자인이란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디자인이다. UN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여성, 어린이, 장애인, 노인등의 필요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어떤 영역에서 포용적인 디자인이 필요할까?
이동 Mobility
우선 교통약자 이동권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동권 보장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언제든지 온라인 쇼핑으로 새벽 배송도 가능해지긴 했지만 모든 활동을 집 안에서만 할 수는 없다. 직장 생활, 교육, 종교활동 등의 활동뿐 아니라 따스한 햇볕 아래 거닐기 위한 산책 때문에라도 우리는 이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영유아 동반자, 장애인, 어르신 등을 고려한 보행로와 대중교통수단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안전 Safety
안전이 보장되지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안전은 결국 생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도시는 안전감을 시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안전은 어떤 요새를 세워가거나 CCTV와 같은 감시 체계를 무작정 늘리는 설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제셉테드협회(ICA,International CPTED Association) 미국 이사장인 르네 번트는 MSV 4호를 위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진정한 의미의 안전은 개방된 공간에서 실현돼요. 유리창문 너머 서로를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즉, 환경의 투명성에 달려있죠. 어떤 학생들에게는 복도를 혼자 걸어가는 일조차 무서울 수 있어요. 학교폭력은 대부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발생하니까요. 저희가 설계한 학교는 모두 교실과 복도가 시각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모든 공간이 누군가의 시야 안에 있으니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학교 기물을 파손하는 학생이 없어졌어요.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거죠.”

놀이 Play
유년기를 다시 생각하다 Rethinking Childhood의 저자이자 도심형 놀이공간과 관련된 연구자인 팀길Tim Gill은 “아이들 친화적인 설계가 도시를 살린다”라고 말하였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도시는 아이들의 이동이 자유로운 곳이다. 보행 동선에 차량 진입이 없고, 개방감이 충분히 확보된 안전한 곳이어서 일곱 살 아이가 혼자 “나 놀이터 갔다올게”라고 말해도 안심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아이도, 장애인도, 어르신도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한 도시가 된다. 또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곳이 되어야 한다. 놀이 기구들이 여럿 있는 것도 흥미롭겠지만 상당 수 아이들의 놀이는 ‘빈 공간’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충분한 여백과 놀이를 위한 설비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MSV 3호에서 인터뷰했던 1960년대 뉴욕 센트럴파크 모험놀이터의 건축가 리차드 다트너는 “도시화된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은 물과 흙” 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놀이란 어떤 행동이나 활동이나 방식이든
아이가 스스로 시작하고 통제하며 구조화하는 행동으로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Children’s play is any behaviour, activity or process initiated, controlled and structured by
children themselves; it takes place whenever and wherever opportunities arise.”
– General Comment 17, UNCRC


글 김병수 미션잇 대표
변화를 만드는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디자인의 가치는 심미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고의 툴이라고 믿는다. 2021년부터 장애인 관찰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에 기반한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 발달장애 아동의 놀이, 개발도상국 안전, 시니어의 디지털 접근성 등과 같은 현대 사회 이슈를 디자인 관점에서 조망한다.
변화를 만드는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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